2018.06.08일 면접을 봤다. 면접에 참여하기 위해 전날 수업 시간에 근처 모텔을 예약했다. 4차 산업혁명 세미나를 듣다가 막차를 놓칠까봐 기숙사로 향한 뒤 양복이랑 노트북 등을 챙기고 터미널로 갔다. 목적지는 철산역. 한번에 가는 게 아니라 화성시를 거쳐서 간다. 지나가다가 동탄신도시도 봤는데 도시가 멋지다. 내일 면접과 L-TAB 때문에 초조했다. 빨리 가서 준비하고 싶었지만 야속하게도 버스 안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철산역에 도착하고 빠진게 없는지 확인한 뒤 나왔다. 지하철을 찾아 7호선을 타고 고려대 구로병원 쪽에서 내려 모텔에 갔다. 근처에 어린이집이 두 군데나 있는데 모텔이 엄청 밀집되어 있었다. 중국어로 된 간판도 보이고 중국인이 많아 보였다. 어떻게 지하철 역 2개밖에 안지났는데 분위기가 이렇게 바뀌는지.. 여튼 모텔에 들어가서 짐 풀고 편의점 도시락을 사왔다. 복도 끝에 전자레인지가 있어 데우고 있는데 옆 방에서 무슨 소리가 났다. 우는 소리같기도 하고 에헴.. 여튼 씻고 도시락 비닐 뜯고 맛보고 즐기다가 자기소개 연습을 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암송하는 것을 잘 못해서 연습이 많이 필요했는데 집중해서 했다. L-TAB도 풀려고 했는데 시간이 없어 못 풀고 그냥 잤다. 아 자기 전에 롯데정보통신이 하는 일과 나의 지향점 중 일치하는 부분을 숙지했다. 이걸 어필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롯데 정보 통신은 ICBM 즉, 대륙간 탄도.. 아니 IoT, Cloud, Big Data, Mobile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면접 당일의 컨디션이 중요하기 때문에 새벽 1시에 누웠다. 눕고 한참을 있었는데 버스에서 하두 자서 그런지 말똥말똥했다.. 큰일 났다. 이불도 두꺼워서 온몸에 식은땀도 나고 에어컨을 켜니 담배 냄새도 나고 짜증이 났다. 제발 기절하듯 잠을 잘 수 있길 바라며 눈을 감았다. 얼마쯤 지났을까 이불을 걷어찼다가 덮었다가 에어컨을 켰다가 껐다가... 폰을 보니 3시... 그쯤 지쳐서 잔 것 같다. 5시쯤 알람이 울리고 끈뒤 6시에 알람을 맞추고 일어났다. 샤워, 면도를 빠르게 하고 짐을 후다닥 챙긴 뒤 양복을 입었다. 넥타이 매는 걸 잘 못해서 10분은 버렸다. 심플 윈저 노트인가 그 제일 쉬운 방식으로 맸다. 나와서 편의점 샌드위치와 비타500을 구매한 뒤 버스를 타고 롯데 정보 통신에 도착했다. 가산디지털단지는 몇 년 전에 아이디어 사업화 지원금을 받아 멘토링 받으러 왔던 기억이 있는 곳이었다. 멘토님이 밥을 사주신다길래 엄청 맛있는 걸 먹는 줄 알았는데 어디 지하로 가서 식권 내시고 밥을 대접해주셨다. 잘 먹긴 했다.
도착하니까 편의점 앞에 맨인블랙들이 즐비해 있었다. 아니 맨인 네이비도 있고. 그래서 나도 동참했다. 가만히 있다보니 초조해져서 화장실을 갔다. 배 아픈 건 용서해주면 안된다. 화장실에서 처절하게 응징해줘야 한다.
8시가 좀 넘어서였나 다른 층의 강당으로 이동했다. 거기서 일정에 대해 설명해주시고 조를 짰다. 오전에 면접 오후에 L-TAB, 오전에 L-TAB, 오후에 면접 크게는 이렇게 둘로 나뉜다. 나는 오전에 면접 오후에 L-TAB. 면접자들을 배려해주시는 게 보였는데 커피도 있고 물티슈, 휴지도 있고 떡도 있고 크리스피 도넛도 있었다. 군대에서 없어서 못먹는 도넛인데 여기선 안넘어갔다. 오전 면접 중에서도 가장 마지막에 면접을 봤다. 옆에 앉아 계신 분이 말을 걸어서 졸작에 관한 얘기 면접, 시험에 관한 얘기를 했다. 마음이 잠시 편해졌으나 내 면접 차례가 다가올 수록 초조해졌다. 내 이름이 불려지고 유리문을 둔탁하게 노크한 뒤 면접자 두 분께 안녕하십니까 하고 인사드렸다. 여성분 남성분 이렇게 계셨는데 남성분은 콜린 퍼스를 좀 닮으셨다. 사실 안닮았다고 해도 무방하다. 처음에 담소를 조금 나눈 뒤 자기소개를 연습 때보다 정성들여 하고 면접을 진행했다. 분위기는 정말 좋았다. 아마 면접관분들이 합의를 하신 것 같았다. 홀가분하게 면접을 마치고 다 그렇듯 면접자분들과 어땠는지 간단히 이야기 나누었다.
점심을 먹고 조금 쉬는 시간을 가진 뒤 바로 L-TAB 시험을 봤다. 언어, 문제 해결, 자료 해석, 수리를 봤는데 언어는 무난하게 푸는 듯 하다가 마지막 몇문제는 못풀었다. 문제 해결은 멘붕이 왔는데 눈에 하나도 안들어왔다. 빨리 풀고는 싶은데 문제 이해를 잘 못했다. 자료 해석은 재미나게 풀었다. 눈알을 슉슉 굴리면서 풀면 된다. 수리에서 계산 문제는 모르는 거 찍는다는 생각으로 제끼고 큐브 맞추기에서는 공간 지각 능력이 급격하게 떨어져 좀 힘들었다. 펀치 뚫는 문제는 어렸을 때부터 접해봤던 거라 조금만 생각하면 다 풀 수 있었다.
서울에서 아침부터 면접을 볼 때 지방에 있는 사람들은 엄청나게 힘들 것이다. 시험기간이 겹쳐있다면 더더욱...(공부는 안하지만)
롯데 정보 통신은 면접자들에게 간식을 제공해주고 면접 때 편안한 분위기를 유도해주고 점심을 제공해주고 칫솔?? 그리고 간식을 또 제공해주고 명찰도 그냥 가지라고 하고 면접비도 주고 그런다. 배려가 넘쳤다. 굉장히 힘든 상태였는데 면접자들의 역량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게 한 것 같다. 그런데 난 ..?
다시 되돌아 올 때는 철산행 버스의 악몽이 떠올라 경부 터미널로 갔다. 긱사에 도착하고 땀 묻은 셔츠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정리해서 넣고 샤워한 뒤 에어컨 바람을 쐬고 있다. 제발 대륙간 탄도 미사일 개발자가 되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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